광산노동자의 가족이자, 양양광업소의 마지막 노조위원장의 자녀인 저자가 자신의 가족(그리고 광산업에 종사했던 이들)의 삶에서 출발해 기록한 광산, 폐광, 그리고 폐광 이후의 이야기다. 저자는 자문화기술지의 방법으로 자신의 가족의 노동이동사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기억되고 기록되지 않았던 광산의 목소리, 삶, 싸움, 노동을 채굴한다. 성의 없고 단편적인 재현에 그친 광산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재하는 세계를 지탱해온, 또 지금도 지탱 중인 노동과 삶의 기록이다.
한편 이를 저자의 가족사로만 본다면 조모, 부모, 저자에 이르기까지 3대의 이동과 삶을 보는 셈인데, 이 속에서 역사와 구조는 개인의 삶에 어떻게 접혀 들어가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만주에서 결혼해 한국으로 돌아와 지내다 자신과 자식의 일자리를 찾아 광산이 있는 양양에 흘러들어온 조모, 한국전쟁통에 남로당 활동을 했던 조부가 ‘행불’이 되는 바람에 나라의 감시를 받으며 긴 기간 연좌제의 피해자로 살아야 했던 부친과 고모의 삶, 폐광 후 서울/수도권으로 이동해 그 안에서 수없이 이사하며 직업 전환을 해낸 부모의 삶이 기록된다. 이 가족의 노동이동사는 이 사회가 노동자의 삶에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럼에도 이 세계는 떠받치고 있는 것은 “변화하는 산업 지형과 소멸하는 직업 속에서 견디고 이동하는” 이들이며, 또 그들의 구체적 노동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